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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미지의 서울>, 불완전한 우리가 서로를 통해 치유되는 순간

by loveyou-s2 2025. 6. 26.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이 도시 속, 나만 빼고 다들 평온하게 사는 듯해서 문득 외로움이 느껴질 때가 있다. 나만 고장난 부품같은 느낌. 평온한 그 속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누구나 상처 하나쯤은 품고 아무렇지 않은 척 버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tvN 드라마 미지의 서울은 그런 도시의 이면을 포착해낸 작품이다. 박보영이 1인 2역으로 미래와 미지 두 자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서로의 삶을 살게 되며 어떻게 상처를 직면하고 회복해가는지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이 드라마는 단순히 서울을 배경으로 하는 힐링물이라고 하기엔 훨씬 더 진하고 깊은 위로를 준다. 최근 내 생활에 지쳐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것 자체가 감정 소비라고 느껴지니 감성적인 영화나 드라마는 기피했는데, 미지의 서울이라는 이 드라마는 오히려 내 감정을 극한까지 끌어내거나 하지않고 담담한 나레이션과 극의 흐름만으로도 깊은 마음의 안정감을 전해주었다. 흔한 위로라도 필요한 그 누군가에게 필요한 요즘 시대에 딱 필요한 드라마라 생각된다.

 

1. 같은 얼굴, 다른 삶: 불완전한 자매의 거울 같은 교환

 드라마의 가장 큰 매력은 박보영이 연기하는 두 인물, 미지와 미래이다. 이들의 외모는 일란성 쌍둥이로 같지만 삶의 결은 정반대이다. 미지는 상처투성이 청춘으로, 과거 육상 선수였지만 부상 이후 긴 공백기 이후 현실에는 자기 자리는 없는 듯한 느낌에 무기력하게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반면 미래는 외적으로는 번듯한 직장에 완벽한 인생을 사는 듯하지만, 내면의 고립과 외로움에 시달리는 인물이다.

 이들이 서로의 삶을 우연히 맞바꾸게 되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은, 단순한 설정 이상의 위로를 전한다.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이들이 상대의 삶을 체험하면서, 너무도 닮은 쌍둥이이다보니 서로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있다 생각했지만 서로의 아픔에 몰랐음과 동시에 각자가 무의식적으로 눌러두었던 상처들과 마주하게 된다. 그 과정은 고통스럽지만, 궁극적으로는 나 자신의 아픔을 돌아보고 그 상처를 치료하는 계기가 된다.

 서로의 결핍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순간, 자매는 이상 누가 나은가의 문제가 아닌, 서로가 서로에게 거울이자 위안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관계성은 시청자에게도 깊은 공감을 이끌어 낸다. 

 

2. 치유는 거창하지 않다: 연결이 만든 일상의 변화

 미지의 서울은 상처를 드러내는 데 있어 과도하게 감정적이지도, 억지로 눈물을 유도하지도 않는다. 대신 아주 일상적인 장면을 통해 작은 연결이 만들어내는 변화를 보여주는데 이와 같은 연출이 더욱 깊은 공감을 이끌어 낸다.

 예를 들어 미래는 평생 목표와 성과 위주로 살아왔기에 감정표현에 서툴렀지만, 미지의 자유로운 삶을 경험하며 처음으로 '사람'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 반대로 미지는 자신의 존재감조차 희미했던 인물이지만, 언니의 역할을 대신하면서 사회에서의 책임감과 자존감을 되찾아간다.

 이러한 변화는 어떤 거창한 계기보다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피어난다. 그리고 점이 바로 미지의 서울이 가진 가장 매력인 듯하다. 나 또한 굳이 들여다보지 않고 외면했던 나의 내면의 상처를 이 드라마를 통해 잔잔한 위로를 받고 힘을 얻었다.

 

3. 박보영의 1 2, 감정의 결을 따라가는 연기의 미학

 이 드라마가 특별한 이유 중 하나는 배우 박보영의 섬세한 1인 2역 연기이다. 보통 1인 2역이라는 장치를 가진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외적 스타일링에 차이를 두고 관객이 구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하지만 미래와 미지는 단지 스타일링의 차이가 아닌 그녀의 감정 표현력과 역할마다의 디테일한 포인트들을 살리며 똑같이 생긴 사람이지만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그려낸다.

 미래를 연기할 땐 눈빛과 말투, 흐트러지지 않은 자세 하나하나에 긴장감이 묻어나오고, 미지를 연기할 땐 상처를 감춘 유쾌함과 여린 마음이 자연스럽고 사랑스럽게 그려낸다. 1인 2역이지만 이 드라마에서 박보영은 총 4개의 역할을 하고 있는데 미지, 미래, 미지인 척 하는 미래, 미래인 척 하는 미지 이 모두가 너무도 자연스럽게 표현되다보니 이러한 디테일을 찾아가는 재미도 느끼게한다. 이 드라마는 이를 통해 인간의 복잡성과 다층적인 감정을 이해하고, 그 감정의 깊이를 음미할 수 있도록 한다.

 

4. 결론: 상처받은 당신에게, 드라마가 건네는 조용한 손길

 미지의 서울은 화려하지 않지만 진실되고, 자극적이지 않지만 깊은 울림을 준다.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법한 감정의 파편들을 꺼내어, 드라마라는 장르를 통해 조심스럽게 조명하고 그 속에서 우리는 깨닫게 된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고, 서로 기대며 사는 것이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요. 서로에게 곁을 내주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이 될지.

 이 드라마는 마치 도시 속 사람들에게 말없이 다가와, "괜찮아, 너도 상처받았지만 너는 혼자가 아니야" 라고 말해주는 듯하다. 그 따뜻한 메시지가, 지금 같은 시대에 얼마나 절실한지 우리는 너무도 잘 알다보니 이 드라마가 더욱 고맙게 느껴진다.

 하루를 버틴다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고단한 요즘, 미지의 서울은 우리에게 다시금 사람 사이의 온기와 회복의 가능성을 믿게 한다.  드라마를 통해, 당신도 미지로 가득한 행복한 미래를 그리며 당신 만의 ‘서울 발견하길.